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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칼럼을 시작하며- 진정한 재활 정신이란?

  • 관리자 (webmmagnus)
  • 2021-04-28 2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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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런던 올림픽 열기로 뜨거웠다. 올림픽 때는 축구와 같은 인기 종목뿐 만 아니라 육상, 수영, 양궁 등 기록경기 종목들까지도 관심 있게 보게 되는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힘겨운 노력에 감동과 찬사를 보내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재활의 정신은 올림픽 정신과 유사하다.  내가 만난 환자와 보호자 중엔 올림픽 금메달감 환자들이 많이 계시다.  그래서 재활칼럼의 첫 글은 내가 재활의학 초년의사 시절에 만났던 금메달감 환자를 소개하면서 재활의 정신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자 한다.  

 

환자분은 95년 경추3번 골절, 척수완전손상, 사지마비라는 진단명으로 나와 만났다. 당시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10살과 5살이던 두 딸과 아내가 있었으며 보습학원을 운영하셨다고 하셨다. 어느 날은 간호사실에서 이 환자분이 의식이 없다고 연락이 와서 급히 가보았더니 맥박과 호흡은 괜찮은데 아무리 깨워도 반응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머리 CT 검사를 해보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교수님께 보고해 같이 진찰하였더니 교수님께서는 다른 말씀없이 정신과 연락하라고 하셨다. 극도의 좌절로 인한 기절 상태인 것이다. 나는 그 때만해도 인생 경험이 많지 않아 섣불리 그 환자분을 위로하기도 어려웠고 다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안정제와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분은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재활치료가 계속되면서 호흡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다행이도 어깨근육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팔,다리 전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어깨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아주 힘겹게 책장을 넘길 수 있으셨다. 병실에서 무협지를 열심히 보시는 환자분을 보면서 한시라도 근심을 잊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입원하신지 6개월 정도 지나자 환자분은 경제적으로 힘들고 가족과 같이 있고 싶다며 퇴원을 하셨고 가끔씩 외래나 환우회 모임에서 뵙기도 하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는 수련을 마치고 재활의학전문의가 되어 춘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2007년 어느 날 신문에서 그 환자분의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전신마비1급이라는 후천적 장애를 딛고 제14회 공인중개사 1, 2차 시험에 동시에 합격한 XXX씨”

 

그 당시는 공인중개사 시험이 매우 경쟁이 심한 때였다. 나는 그 환자분의 내성적이고 우울해 보이던 모습을 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도전해보게 되었는지 매우 궁금하였다. 그래서 나는 축하 전화를 드리고 병원 장애인의 날 행사의 연사로 초청 하였다. 그 때 그 분이 들려주신 이야기와 발표한 수기를 바탕으로 재활의 정신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갖는 것이다. 이분은 존재의 이유를 가족에서 찾으셨다. 그 분의 아내는 남편에 대해 “남들은 장애인이라고 말하지만 저에게는 삶의 기둥인 가장”이라고 말했다. 이분은 가족에게 비록 육체적으로는 짐이 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기둥이 되기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다. 대부분 몸이 아프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져 가족에게 의존적이면서도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게 되어 가족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엔 극진히 관심을 갖던 가족들도 심신이 지치고 끝내는 소원해기도 한다. 그러나, 육체적, 경제적으로는 가족에게 의존적인 상태라 할지라도 자신이 어떻게 사고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가족에게 짐이 될 수도 있고 정신적인 지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활의 시작은 자신의 현상태를 수용하고 마음먹기에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 가족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더라도 오늘 방문한 가족들에게 감사와 축복의 말을 건네 보시라.  그것은 자기 긍정의 마음이고 재활의 시작이다.
 
 둘째,  타인과 사회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다.  이 환자분은 척수손상환자 중에서도 가장 중증이신대도 환우회 회장 역할을 수년간 수행하셨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 장애인의 권익 향상에도 노력하셨다.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재활 치료를 1년 넘게 받고나자 저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척수 손상 환자가 겪는 어려움이 결코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처음 재활 치료를 받을 때에 다른 환우들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저도 척수 손상 환자의 재활 치료를 돕고 빨리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자는 마음으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연필 하나 잡지 못하는 이 손으로, 혼자서는 꿈쩍도 못하는 이 몸으로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좌절 하셨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 싹트면서 사고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분야(장애인 복지)에서 타인의 삶에 오히려 도움을 주는 위치에 놓이게 되셨다.  저희 병원에도 회진돌때면 항상 수고하신다고 의료진을 격려해주시는 환자어르신들이 계신다. 아픈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의 처지에 관심이 가지시는 어르신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재활의 2단계에 접어드신 분이리라.
 
마지막으로 도전 정신이다. 이 환자분은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바램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였다. 환자분은 그 과정을 이렇게 회상하였다.  “메모를 할 수 없는데다 보조기를 사용하더라도 책 한장 넘기는 시간이 짧게는 2~3초, 길게는 10초 이상이 걸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딸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고, 나중에는 장애인 이동봉사 차량의 도움으로 학원까지 다녔습니다. 이젠 어떠한 역경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삶의 장애물이 아니라는 것을 도전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 환자분의 도전은 자신감의 회복뿐만 아니라 두 딸과 아내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분의 아내는 남편의 도전에 감명을 받아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 하였고 나아가 남편을 돌보았던 경험을 백분 살려 성공적으로 재가장애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 식스펙을 가진 스포츠스타가 아닌 팔다리가 마비되어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의 의미는 있으며 누구라도 자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의 인생에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어느 한순간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좌절하느냐 아니면 또 다른 도전의 발판으로 삼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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